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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itled - (ab)normal #05

1.

골목 안쪽, 그렇다고 너무 깊숙하지도 않은 곳에 있는 카페이다. 처음 가는 사람이라면 헤맬지도 모르지만 막상 도착하고 보면 의외로 찾기 쉬운 곳에 있는 카페이다.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 그가 점심시간을 살짝 넘긴 시간에 자주 애용하는 카페이다.
프랜차이즈 카페가 아닌 개인이 운영하는, 손님이 열 명 정도 들어오면 꽉 찰 것 같은, 그러나 그런 경우를 한 번도 보지 못한, 장사가 되긴 하는 걸까 걱정이 들 정도로 작은 카페이다.
카페의 문을 밀고 들어가면 가볍게 벨이 울린다. 그 안에서 카페를 지키고 있는 건 미모의 여성.
깔끔하게 차려 입은 모습은 자신이 작은 카페가 아니라 거대한 고급 카페에 와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이다. 바리스타의 정석, 바리스타의 모범이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닌, 오히려 부족한 모습이다.
“어서 오세요. 아, 오늘도 오셨네요?”
코를 간지럽히는 은은한 커피의 냄새.
“네. 안녕하세요.”
높은 볼륨이 아닌데도 귀에 잘 들어오는 부드러운 음악.
“오늘도 홍차시죠?”
“예, 홍차.”
그가 이 카페를 자주 찾는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그녀는 그의 주문을 꿰고 있다.
점심시간이 지나 노트북을 들고 이 카페에 찾아오는 사람이 흔치 않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녀의 기억력이 좋기 때문일까.
그는 그렇게 주문 아닌 주문을 한 뒤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펼쳤다. 늘 앉는 자리이다. 사시사철 적당한 온도가 유지되는, 그의 오랜 카페 방문 끝에 얻어낸 자리이다.
무선 인터넷이 잘 작동하고, 귀로 들려오는 음악과 코에 닿는 냄새가 최고의 작업 환경을 만들어준다. 다른 장소에서는 만나볼 수 없는 이 최적의 환경이 그의 발길을 이끄는 오는 것이다.

홍차를 조금씩 마시며 작업하기를 한 시간 정도, 돌연 그녀가 입을 열었다.
“계속 느낀 건데, 커피 드시는 모습을 한 번도 못 본 것 같아요.”
“아, 네. 그렇죠.”
부정할 수 없다.
“커피를 싫어해서요.”
물론 카페인을 싫어하는 건 아니다. 홍차에도 카페인이 들어있으니까. 그는 왠지 모르게 커피만을 싫어한다.
“커피를 워낙 싫어해서 전 커피 우유도 안 마셔요.”
굉장한 괴짜로 보이지 않을까, 하고 그는 문득 생각했다. 커피를 싫어하는 주제에 바리스타가 운영하는 카페에 매일같이 찾아와 홍차를 시키는 괴짜. 나였어도 이상하게 생각하겠지, 하고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냄새는 괜찮으신 것 같네요?”
“그러게요. 냄새는 오히려 좋다고 해야 할까요.”
“커피 향, 좋죠.”
커피 원두가 로스팅되는 냄새가 카페에서 은은히 풍겨온다. 이 냄새가 두뇌를 자극한다.
“……카페 주인이 이런 말을 하면 그렇긴 한데, 저도 사실 커피 마시는 건 싫어해요.”
그녀와 대화하며 작업을 이어나가던 그의 손이 멈추고 말았다.
이상한 말이다. 카페를 운영하는 사람이, 바리스타가 커피를 싫어한다니.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다.
“…네?”
“저도 똑같거든요.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마시긴 해도, 좋진 않거든요. 무슨 맛인지도 잘 모르겠고.”
발언 철회다. 저 쪽이 더 괴짜가 아닌가. 커피를 싫어하는 바리스타는 처음 들어본다.
“그래도 향은 정말 좋아하거든요.”
“…….”
할 말을 잃었다.
이 상황에서 뭐라고 해야 할지 생각을 해야 하는데, 두뇌가 멈춰버리고 말았다.
머리가 잘 돌아가는데 도움을 주던 커피 냄새도, 감미로운 음악도, 이런 상황에서는 제 역할을 하지 않는다.
당황.
황당.
“…….”

대화는 거기서 끊기고 말았다.
어떻게 대화를 이끌어 나가야 좋을지 갈피를 잡지 못한 것도 있지만, 카페의 문이 열리면서 손님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어서 오세요.”
작업을 하고 있던 중이라면 신경도 쓰지 않고 작업을 이어갔을 그였지만, 손이 멈춰버렸기 때문에 시선이 손님에게 돌아갔다.
정장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사람이었다. 주변의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인 듯 했다. 시간을 보니 점심시간이 지나 조금씩 잠이 몰려오는 시간이다. 잠을 깰 커피를 사러 오기에는 최적의 시간이 아닐까.
“리스트레토 한 잔하고 룽고 한 잔이요.”
“드시고 가시나요?”
“아뇨. 테이크아웃으로.”
리스…? 룽고? 처음 들어보는 명칭이다. 카페에 붙어있는 메뉴판에도 그런 이름은 없었다. 뭔가 특별한 커피인가? 메뉴판에 없는 아는 사람만 아는 숨겨진 메뉴?
“……네,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커피에 문외한인 그는 몰라도 그녀는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잘 알고 있는 듯했다. 주문을 받은 그녀는 커피를 내리기 시작했다.
그것을 기점으로 그는 다시 작업에 들어갔고, 얼마 지나지 커피의 냄새가 조금 더 강하게 풍겨왔다.
큰일 났다. 작업이 전혀 손에 잡히지 않는다. 방금 그 상황 때문에 작업의 흐름이 끊기기도 했고, 황당한 말을 들었기 때문에 머리가 복잡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주문하신 커피 두 잔 나왔습니다.”
손님이 커피를 받아 나간 뒤, 얼마나 지났을까.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저기…, 정말 죄송한데, 오늘 제가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서요. 카페를 일찍 닫아야 할 것 같은데, 괜찮으시겠어요?”
“…예? 아, 예. 그러신 거면 뭐, 어쩔 수 없죠.”
이런 시간에 카페를 닫는다니, 드문 일이었다.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이기 때문인지, 영업시간은 기본적으로 있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카페가 일찍 닫거나 휴업하는 일이 가끔 있었다. 지금도 그런 상황 중 하나가 아닐까.
그는 하던 작업을 적당히 멈춰두고 노트북을 접었다. 잔에 있던 홍차는 아직 조금 남아 있었지만, 남아있던 홍차를 한 모금에 넘겨버렸다. 적당한 온도로 식어있던 덕분에 넘기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다.
“아, 잔은 놔두고 가세요.”
“네, 그럼….”
노트북을 들고 일어난 그는 카페를 나섰다.
“감사합니다!”
카페의 주인은, 언제나 인사가 밝은 사람이다.

2.

사람에 따라 부르는 명칭은 제각각이지만, 그 명칭은 공통적으로 ‘능력’을 가리키고 있다.
불특정다수가 가지고 있는 과학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능력. 초능력, 혹은 마법과 닮아있는 그것.
무작위로 사람을 골랐을 때, 그 사람이 능력자인지 아닌지 분간할 수 있는 방법은 알려져 있지 않다. 능력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평범한 사람과 구분할 수 없다.
그것이, ‘능력자’.

그녀는 카페에 있던 손님을 보낸 뒤, 카페를 닫았다.
지금부터 이곳은 일반인의 세계가 아닌, 능력자의 세계이다.

골목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그녀는 능력자이다.
전투력은 없다고 봐야 좋다. 능력이 없다고 해도 그녀는 평균적인 여성이 가지고 있는 만큼의 전투력을 가지고 있다.
그녀는 두뇌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
커피 향을 맡는 것으로 지능이 올라간다. 냄새가 강해질수록 지능은 더 높아진다.
커피 향과 항상 가까이 있기 위해서. 커피를 싫어하는 그녀가 이런 카페를 운영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것이다.

카페를 닫은 그녀는 커피 두 잔을 주문한 손님이 남기고 간 물건을 확인했다. 봉투였다.
일종의 암호라고 봐도 좋다. 리스트레토와 룽고, 두 잔의 테이크아웃. 결제와 동시에 뭔가를 남기고 가는 행동.
그것이 그녀의 두뇌를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의뢰 방식이다.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데에는 의뢰를 좀 더 쉽게 받기 위함도 있다.
두뇌를 빌려주는 일을 시작한 뒤로 그녀는 괜찮은 수준의 돈을 벌기 시작했고, 이런 카페를 차렸다. 의뢰를 받기에 나름대로 괜찮은 형태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뭔가 있어보였다.
이런 식으로 평범하게 있으면 의심을 살 일도 없고, 이 근방은 사람이 많은 곳이기 때문에 누군가가 그녀를 습격하기 위해 난리를 피우기에는 좋지 않은 장소이기도 하다.
의뢰는 꽤나 자주 들어오기 때문에 카페를 운영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다.

카페에 풍기던 커피 향을 좀 더 짙게 했다. 두뇌 회전이 빨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지금부터의 일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수순이었다.
그녀는 손님이 남기고 간 봉투를 열었고, 작은 CD 한 장이 나왔다.
요즘 같은 세상에 CD라니. 미묘하게 구시대적이다.
노트북에 CD를 넣고 확인한 내용은 달랑 문서 하나였다. 내용이 많이 적혀 있는지 작은 용량은 아니었다. 그래도 CD 한 장에 담기에는, 아무리 작은 CD라고 해도 너무 낭비가 아닌가 싶었다.
그녀는 문서를 복사해 그녀가 알고 있는 컴퓨터의 전문가에게 보냈다. 혹시나 문서에 장난을 쳐놓은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한번 크게 당할 뻔 한 경험을 한 뒤로는 이런 번거로운 과정을 항상 거치고 있다.
‘어때? 문제없지?’
‘OK’
‘땡큐~’
그렇게 확인 절차를 거친 뒤에야 그녀는 문서를 열었다.

문서에 적혀있는 것은 그녀의 두뇌로 해결해주었으면 하는 상황에 대한 설명과 보수, 답장을 보낼 연락처였다. 추가로 문서의 가장 밑에 적혀있는 ‘이 문서를 확인한 즉시 본 문서와 CD를 폐기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문장.
뭔가 외부로 유출되어서는 안 되는 내용이 아닐까. 이미 다른 사람에게 이 문서를 전송했던 이상 유출되어버린 내용이지만.
“이 정도면 됐겠지.”
짙은 커피 향의 도움을 받아 그녀는 문서를 전부 암기했다. 그녀는 CD를 꺼내 그녀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CD를 파괴했다.
파괴는 내 전문이 아닌데.
노트북을 덮은 뒤 자리에 앉아, 커피 향을 음미하며 생각했다.
상황을 해결해주는 데에 의뢰인이 제시한 보수가 적당할지를 먼저 따져보았다. 그녀의 두뇌를 빌려야할 만큼의 복잡한 상황임에는 틀림이 없었지만, 그에 걸맞게 보수 또한 나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 의뢰를 받아들여 해결할 수 있는가를 따져보았다. 완전 해결에 실패해도 어느 정도의 성과가 나온다면 보수의 일부를 받을 수 있지만, 시간의 손해가 더 큰 편이다. 그녀마저 해결할 수 없는 의뢰라면 받아들이지 않는 편이 좋다.
물론, 그렇게 말은 해도, 그녀는 실패한 적이 없다.
그래. 이 정도의 문제를 내가 풀지 못할 리가 없잖아? 그녀는 그렇게 판단했다.
그렇다면, 의뢰는 성립했다.
다시 노트북을 펼치고, 문서에 있던 연락처―이메일 주소―로 의뢰를 받아들이겠다는 의사를 표명하기로 했다.

짙은 커피 향은 카페를 휘감고, 그녀의 두뇌에 자극을 가했다.
두뇌를 좀 더 자극시키기 위해 특별히 주문한 음악도 그것을 도왔다.
골목길의 카페는 이제 그녀를 위한 세계로 변신했다.